왜 분산투자를 해야 하는가?
투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종종 듣는 말 중 하나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입니다. 이는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오래된 투자 격언입니다. 그러나 분산투자가 항상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일반적으로는 맞지만 말이죠. 집중투자와 분산투자의 장단점을 알아보겠습니다.
투자 전략의 연수익률 확률분포를 정규분포로 가정해봅시다. 한 종목에 집중투자했을 때의 확률분포는 파란색 정규분포와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종목에 분산을 한다면 표본의 크기가 커져 표준편차가 작아지고 빨간색 정규분포와 같이 그래프가 뾰족해집니다. 즉, 두 전략의 기대수익률은 변화가 없지만, 변동성은 분산투자할 때 훨씬 줄어듭니다.
그러나 분산투자가 항상 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확률분포에서 30% 이상의 수익률을 낼 확률이 낮을 경우 분산된 투자에서는 거의 0%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목표 수익률과 감당 가능한 변동성에 따라 집중투자를 할지 분산투자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들에게는 분산투자가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근 시일 내에 현금화할 일이 있을 경우(ex: 결혼, 자가마련, 전세, 차 구입, 병원비 등), 마이너스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성향의 투자자일 경우, 집중해서 투자할 종목에 대해 분석하고 공부할 실력이 없거나 노력이 없는 경우 등이 그러합니다.
주식 시장에서 정말 좋아 보이는 종목을 발견했다면 보유 자금의 몇 퍼센트를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요? 30%? 50%? 100%? 정해진 답은 없지만, 모든 투자금을 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집중 투자는 장단점이 명확한 투자법입니다. 크게 오를 종목을 선택한다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집중 투자의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는 리스크가 높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산 투자는 투자의 안정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는 투자금을 여러 자산에 나누어 투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방법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종목에 집중 투자한 경우에는 그 종목이 하락할 때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지만, 여러 종목에 투자한 경우에는 전체적인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예상되는 리스크를 줄이고 투자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분산 투자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분산투자에는 기본적으로 3가지 법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분산투자
주식 시장에서는 바닥이나 천장을 예측하여 몰빵하거나 전량 매도하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이런 행동은 도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대신, 무릎 부근이라고 생각되면 분할 매수하고 어깨 부근이라고 생각되면 분할로 매도하는 것으로 리스크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손절을 하든 익절을 하든 물타기를 하든 불타기를 하든 분할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릎과 어깨를 판단할 능력이 없다면 월급날 적립식 매수하는 것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주식을 사거나 팔 때는 나눠서 거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할 매수할 경우 매수 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억원 어치 주가를 한꺼번에 산 뒤 급락한다면 투자손실이 크게 불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0만원을 투자하고 주식시장이 하락한 뒤 다시 2000만원을 투자한다면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져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주가가 다시 상승한다면 이익이 훨씬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일반인들에게 큰 인기를 모은 적립식 펀드에서도 사용되는 시간분산의 개념을 활용한 간접투자 방법 중 하나입니다.
지역분산
거시경제는 국가 단위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의 정책방향, 법률, 문화 등에 따라 어떤 국가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어떤 국가는 쇠퇴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하나의 국가에 몰빵 투자하기엔 해당 국가가 성장할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누구나 다 인정하고 좋아하는 미국 S&P500도 닷컴버블의 정점인 2000년 8월에 샀다면 해당 고점을 넘어서는데 거의 13년이 걸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요즘 전반적으로 투자를 꺼려하는 KOSPI 시장은 해당 기간동안 자그마치 255% 상승했습니다. 한 때 미국과 나란히 했던 일본도 잃어버린 30년을 보면 아직도 1989년 고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어떤 한 국가에 몰빵하는 것은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분산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미국 60%, 중국 10%, 신흥국(아세안) 20%, 선진국(유럽, 일본) 10% 정도로 추천합니다. G2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은 꼭 높은 비중으로 가져가야 하는 국가이며, 중국의 세계 공장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아세안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인구구조상 장기적으로 어두워보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자산의 대부분이며, 이 자산들은 원화 기반이니 주식에서라도 한국의 비중을 크게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것보다 해외증시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해외증시에만 모든 자산을 투자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해외 투자처도 다양합니다. 유럽, 미국, 남미뿐만 아니라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거대 개도국)와 같은 이머징마켓(신흥시장)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선진국 증시와 이머징마켓에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로벌 증시에서 상승하는 쪽이 있으면 하락하는 시장도 생깁니다. 따라서 국내와 해외에 적절하게 안배하고, 해외 투자도 아시아, 유럽 등으로 나눠 투자하면 그만큼 위험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손해를 보고 있을 때 아시아 쪽에서 이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종목분산
하나의 주식에 모든 자산을 묻어두는 올인형 투자자는 십중팔구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종목 분산뿐만 아니라 업종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를 매수했다면 분명히 나눠서 산 것이지만, LCD(액정표시장치) 관련주인 두 종목은 업황에 따라 주가 움직임이 유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 한 종목에 투자한 것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뚜기, 신세계, 태평양을 보유하더라도 모두 내수 종목이어서 주가 동조화가 우려됩니다. 따라서 안정적인 기업군과 성장형 기업군으로 투자를 나눠서 매수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일부는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나머지는 자산주나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것도 종목분산의 한 방법입니다.
증시에서 주식을 매수하는 직접투자와 함께 펀드(간접투자)에 가입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종목분산의 일종입니다. 만약 반도체 산업에 관심이 생겼다면, AI, 자율주행, 로봇, IoT, 메타버스, IT, 클라우드 등 모든 4차 산업에서 반도체는 필수적이며 꾸준한 성장이 기대됩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위해 개별 기업 종목을 선정하는 것은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도체의 밸류체인 내 얽힌 여러 사업들,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을 고려하면 정말 많은 종목이 있고, 어떤 기업이 상대적으로 우수할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개별 종목을 선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섹터 ETF를 구매하거나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댓글